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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15. 2023

삿포로 리바이벌

후쿠이 료 1948.6.1 – 2016.3.15

  후쿠이 료(福居良)는 온라인에서 재발견된 인물이다. 70년대에 발표된 피아노 트리오 앨범들이 2010년대에 와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음원 사이트,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큰 인기를 얻으면서 1976년작 ‘Scenery’와 1977년작 ‘Mellow Dream’ 등의 앨범들이 LP로 속속 재발매되기에 이르렀다. 비단 재즈 마니아가 아니어도 그의 음반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가게에서도 이따금 틀었던 <I Want to Talk About You>는 그가 줄곧 일궈낸 서정주의 미학의 정점에 올라선 곡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활약했던 야마시타 요스케(山下洋輔), 사토 마사히코(佐藤允彦)처럼 아방가르드 하거나 광범위한 영역을 섭렵하진 않았으나, 하드 밥과 쿨 재즈의 어법을 충실히 계승하여 피아노 트리오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동갑내기 피아니스트인 야마모토 츠요시(山本剛)가 도쿄를 중심으로 트리오의 전통을 이어갔다면, 후쿠이 료는 자신의 고향 삿포로를 근거지로 하여 활동했다. 스탠더드 재즈에 대한 애착과 특유의 소박한 정서는 그가 90년대부터 친분을 쌓아온 배리 해리스(Barry Harris)가 추구하던 태도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는 삿포로의 재즈 클럽 슬로우 보트(Slowboat)를 직접 운영하며 말년에도 연주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이 곳은 삿포로 시내에서 클럽 보사(Bossa)와 함께 재즈 명소가 되었다. 언젠가 한번 꼭 방문하여 아직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그의 온기와 숨결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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