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Mar 21. 2023

거의 모든 것의 시작

척 베리 1926.10.18 – 2017.3.18

  로큰롤 태동기에 두 명의 스타가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흑인 음악을 하는 백인이었다면 척 베리(Chuck Berry)는 흑백의 역할을 뒤바꿨다. 그는 블루스의 토대 위에 웨스턴 컨트리를 도입했다. 1955년, <Maybellene>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 곡을 들으며 “로큰롤”이라 외쳤다. 엘비스는 ‘로큰롤의 왕’이었고 척 베리는 ‘로큰롤의 창시자’였다.


Photo: 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1977년 발사된 보이저 호 타임캡슐의 골든 레코드에는 척 베리의 <Johnny B. Goode>이 실려 있다. 그의 노래는 지금도 우주를 떠돌고 있다. 그에 대한 찬사는 예로부터 차고 넘치지만, 한때는 내게 전 세대의 유물 같은 존재였다. 50년대의 그 뜨거웠던 순간을 겪어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저 예의상 베스트 음반 몇 장 갖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뮤직바를 운영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여럿이서 함께 듣는 그의 기타는 로큰롤 전성기로의 시간여행 티켓이었다. 춤을 추는 손님도 많았다. 리틀 리차드가 ‘백투백’으로 트랙을 이어받고 비치 보이즈(Beach Boys)로 연결되는 숱한 밤들이 이어졌다.


  내게는 척 베리에 대한 오래된 기억이 하나 있다. 어릴 적 FM 라디오를 작심하고 처음 들었던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DJ 김광한이 진행하는 ‘팝스 다이얼’이라는 프로였는데 마침 채널을 고정하자마자 나왔던 곡이 <My Ding-A-Ring>이었다. 이 곡은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차트 넘버원을 기록한 척 베리의 유일한 싱글이다. 헤세의 구절을 빌어 그날을 추억해 본다. ‘모든 시작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삿포로 리바이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