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낌없이 주는 아버지

나탈리 콜 Natalie Cole 1950.2.6 – 2015.12.31

by 황세헌

냇 킹 콜을 아버지로 둔 후광은 자칫 커다란 그늘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오랫동안 아버지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아레사 프랭클린을 존경했던 그녀는 냇 킹 콜의 딸이 아니라 ‘뉴 아레사’로 불리길 원했다. 그러한 의지 덕분에 그녀는 모두가 인정하는 R&B, 팝 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물론 아버지가 물려준 재능 또한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한때 그녀에게 드리운 그늘은 약물중독이었다. 80년대 중반까지 침체기를 보이던 그녀는 다행히 재활에 성공하여 ‘Everlasting’ 앨범으로 예전의 명성을 회복했다. 90년대로 넘어오면서 그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시도로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동안 외면했던 냇 킹 콜의 노래들을 모아 앨범으로 발표한 것이다. 1991년 앨범 ‘Unforgettable with Love’가 바로 그것이다. 더욱이 <Unforgettable>에서는 아버지의 음성을 자신의 보컬과 합성하여 듀엣 곡처럼 연출함으로써 큰 화제를 낳았다. 이 앨범으로 그녀는 그래미 상을 수상한다. 오랜만에 찾아본 시상식 공연 영상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다. 여기서 큰 재미를 본 그녀는 몇 년 후 같은 방식으로 <When I Fall in Love>를 불러서 또 한번 히트를 기록했다.


Michael Ochs Archives / Getty Images

이후 그녀는 창작곡보다는 재즈, 소울의 고전을 해석하는 데 주력하며 2010년대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사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고전은 다양한 해석이 더해질수록 더욱 깊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아버지 냇 킹 콜은 그 점을 말없이 일깨워준 인물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니 엠의 신 스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