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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소울로 먼저 일으킨 돌풍

마누 디방고 1933.12.12 – 2020.3.24

by 황세헌

카메룬. 나에겐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축구의 나라로 먼저 기억된다. 마누 디방고(Manu Dibango)는 그 땅에서 나고 자랐지만 유럽과 영국, 아프리카 대륙을 오가던 세계적인 뮤지션이었다. 재즈와 펑크, 카메룬의 전통 리듬이 결합된 그의 음악은 당대의 여러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제공할 만큼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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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밴드 ‘아프리카 재즈’의 색소폰 주자였던 그는 솔로 뮤지션으로 독립한 후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세계를 선보인다. 그와 함께한 뮤지션들의 이름이 그것을 말해준다. 나이지리아의 펠라 쿠티, 미국의 허비 행콕(Herbie Hancock)과 돈 체리(Don Cherry), 자메이카의 레게 듀오 슬라이 앤 로비(Sly & Robbie)가 그들이다. 그는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1972년도에 발매된 <Soul Makossa>는 펑키 리듬과 인상적인 색소폰 리프가 돋보이는 곡으로 미국의 소울, 펑크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제공했으며, 훗날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앨범에도 힌트를 제공할 만큼 유명했던 곡이다. 마누 디방고의 전성기는 70,80년대로 압축된다. <Big Blow>가 수록된 ‘Afrovision’과 레게 그루브의 진수를 보여준 ‘Gone Clear’, 팝 음악의 한복판에 섰던 ‘Electric Africa’가 그 시절을 대표하는 앨범들이다. 90년대에 새로 녹음한 <Soul Makossa>가 담긴 ‘Wakafrika’ 앨범 또한 기억에 남는다.


한동안 그에 대해 잊고 있었다. 팬데믹 초기의 불안감 속에서 오랜만에 들려온 소식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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