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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27. 2023

스크린 밖에서의 추억

방준석 (유앤미 블루) 1970.8.1 – 2022.3.26

  90년대는 국내외적으로 록 음악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던 때다. 모던 록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모던’이라는 말 자체에는 어떤 특성도 담겨 있지 않지만, 당시 모던 록 밴드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음악을 선보였고 지난 시대의 것들을 고루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모던’을 나름의 방식으로 새롭게 정의 내렸다.


한국일보 (2022.3.26)


  유앤미 블루가 우리 앞에 등장한 1994년은 영국의 오아시스(Oasis)와 미국의 위저(Weezer)가 데뷔 앨범을 낸 해다. 바야흐로 새로운 록 음악의 물줄기가 솟아오르는 시점이었다. 재미교포 출신의 동갑내기, 방준석과 이승열이 결성한 유앤미 블루는 한국 최초의 모던 록 밴드로 평가받는다. 1996년경 ‘홍대 앞’에서 이들의 라이브를 우연히 본 적 있다. 자의식 충만한 이승열의 보컬도 매력적이었지만 방준석의 기타가 참 좋았다. 억지로 너저분하게 뭉개지도 않고 명징하게 울리는, 그러면서도 블루지한 감성이 서려 있는 소리. 그 기타음이 남긴 뉘앙스는 먼 훗날 백현진과의 프로젝트 ‘방백’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유앤미 블루는 활동 당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땅에서 시대를 앞서간 탓도 있겠으나 그 시절 두 사람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다. 그들이 찬란한 보석으로 빛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방준석이 영화음악가로 활약하며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는 소리에 대한 진지한 탐구자였으며, 스크린 너머에서 영화라는 예술을 깊이 있게 바라본 철학자였다. 그의 음악이 한동안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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