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석 (유앤미 블루) 1970.8.1 – 2022.3.26
90년대는 국내외적으로 록 음악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던 때다. 모던 록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모던’이라는 말 자체에는 어떤 특성도 담겨 있지 않지만, 당시 모던 록 밴드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음악을 선보였고 지난 시대의 것들을 고루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모던’을 나름의 방식으로 새롭게 정의 내렸다.
유앤미 블루가 우리 앞에 등장한 1994년은 영국의 오아시스(Oasis)와 미국의 위저(Weezer)가 데뷔 앨범을 낸 해다. 바야흐로 새로운 록 음악의 물줄기가 솟아오르는 시점이었다. 재미교포 출신의 동갑내기, 방준석과 이승열이 결성한 유앤미 블루는 한국 최초의 모던 록 밴드로 평가받는다. 1996년경 ‘홍대 앞’에서 이들의 라이브를 우연히 본 적 있다. 자의식 충만한 이승열의 보컬도 매력적이었지만 방준석의 기타가 참 좋았다. 억지로 너저분하게 뭉개지도 않고 명징하게 울리는, 그러면서도 블루지한 감성이 서려 있는 소리. 그 기타음이 남긴 뉘앙스는 먼 훗날 백현진과의 프로젝트 ‘방백’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유앤미 블루는 활동 당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땅에서 시대를 앞서간 탓도 있겠으나 그 시절 두 사람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다. 그들이 찬란한 보석으로 빛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방준석이 영화음악가로 활약하며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는 소리에 대한 진지한 탐구자였으며, 스크린 너머에서 영화라는 예술을 깊이 있게 바라본 철학자였다. 그의 음악이 한동안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