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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30. 2023

위로 받고 싶을 때

빌 위더스 1938.7.4 – 2020.3.30

  때로는 백 마디 위로보다 노래 한 곡에 힘을 얻는다. 위로 받고 싶다는, 아니 그럴 여유조차 부릴 겨를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내몰릴 때 음악은 그 효능을 발휘한다. 빌 위더스(Bill Withers)는 나에게 훌륭한 처방전이었다. 나지막하게 가라 앉은 그의 음성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내가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노래가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이랄까. 그는 내게 혼자가 아니라고 다독였다. 이미 위더스라는 이름에 ‘함께(with)’가 들어있지 않은가. 그리고 <Just the Two of Us>에서 말한다. ‘너와 나’ 둘이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해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었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곳은 신생 회사였던 서섹스 레코드였다. 레이블 설립자 클라렌스 에이번트는 당시 미국 흑인사회를 움직이던 막후 실력자였으며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 갓파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주인공 로드리게스도 같은 레이블 소속이었다. 이 시기에 명곡들이 쏟아졌다. 하루를 마감하며 듣는 <Lean On Me>와 <Use Me>는 질박한 삶의 요긴한 상비약이었다. 레이블을 옮긴 후 발표한 <Lovely Day> 또한 히트 차트에 올랐다.


  1980년대로 넘어오면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등 재즈 뮤지션들과 공동 작업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재능을 한껏 과시한다. 그중 크루세이더스와 함께한 <Soul Shadows>도 놓칠 수 없는 곡이다. 운영했던 가게에서 이 곡을 유독 좋아했던 미국인 친구가 떠오른다. 늘 혼자 방문했던 그도 빌 위더스에게 위로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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