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 여행의 기술

패티 페이지 Patti Page 1927.11.8 – 2013.1.1

by 황세헌

가수 패티 김은 패티 페이지처럼 노래를 잘하고 싶어 예명을 패티 김으로 바꿨다고 말한 적 있다. 사실 그녀의 노래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 한국 가수는 50년대의 한명숙이다. 한국의 두 가수는 한 시절을 풍미하다 자신의 시대를 마감했지만 패티 페이지는 새로운 세기에 와서도 다음 세대와 연결될 수 있었다.


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그것은 영국의 일렉트로닉 밴드 그루브 아마다(Groove Armada) 덕분이다. 그들은 1957년에 발표된 <Old Cape Cod>의 한 소절을 샘플링해 <At the River>를 만들었다. 고색창연한 분위기의 스탠더드 팝이 세기말의 서늘한 정서를 담은 라운지 뮤직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 곡은 영화 ‘어바웃 타임’에 삽입되며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마침 가게를 개업한 해에 영화가 개봉됐는데 그 때문인지 <At the River>를 신청하는 분들이 많았다. 과거의 시간으로 이동한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가끔은 패티 페이지의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렸다.



패티 페이지의 전성기는 <Tennessee Waltz>가 발표된 1950년부터 시작된다. 이후 수많은 곡들을 차트에 올려 놓으며 5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었다. 많은 가수들이 그랬듯, 그녀 또한 재즈 악단의 가수로 경력을 쌓았다. 감미로우면서도 우수에 젖은 듯한 음색과 가창력을 인정한 베니 굿맨은 그녀가 솔로 가수로 데뷔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인물이다. 때마침 스탠더드 팝의 시대가 열리고 있던 무렵이었다. 그 시기 한국은 전쟁의 상흔으로 모두의 마음이 얼룩져 있었지만 그녀의 노래로 많은 위안을 얻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말레이드처럼 달콤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