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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들의 노동요

냇 애덜리 Nat Adderley 1931.11.25 – 2000.1.2

by 황세헌

냇 애덜리는 캐논볼 애덜리의 형제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그를 모던 재즈시대의 ‘코넷 주자’로도 기억해야한다. 그는 트럼펫으로 연주활동을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 코넷으로 바꾼다. 소리를 내는 관이 일직선으로 뻗은 트럼펫에 비해 원뿔형 구조로 이뤄진 코넷이 만들어내는 톤은 비교적 탁하면서도 더 부드럽다. 빅밴드에서 비밥 재즈로 넘어오면서 트럼펫이 메인 악기로 부상한데 비해 코넷은 그렇지 못했다.


John Levin Enterprises-management/photographer

냇 애덜리는 의도한 바는 아니었더라도 빅밴드 시대의 코넷 주자 빅스 바이더벡(Bix Beiderbecke)의 계보를 이은 셈이다. 그리고 대중에게 잊힐 뻔한 코넷이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몸소 실현해 보였다. 그가 품고 있는 소울 재즈의 감성과 코넷의 음색이 블렌딩 되었을 때의 감흥은 좋은 쌀로 빚은 막걸리를 혀끝에 대는 감촉과도 같다. 여기에 레퍼런스로 소개하기에 적당한 것이 그의 자작곡 <Work Song>이다. 이 곡은 나중에 오스카 브라운 주니어가 가사를 붙이고 니나 시몬도 여러 차례 부를 만큼 시대를 풍미한 스탠더드가 되었다. 록 밴드 버터필드 블루스 밴드(Butterfield Blues Band)도 이 곡에 무려 8분의 러닝타임을 할애해 블루스 록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 곡이 실린 음반을 구매했던 날이 생각난다. 당시 한국에서는 ‘예음’이라는 레이블을 통해 재즈 라이선스 음반이 주로 발매되었는데 어쩌다 우연한 계기로 그곳을 직접 찾아가 구입했다. 창고에 어수선하게 널려 있던 LP 더미들이 기억에 남는다. 서울 녹번동의 그 사무실은 얼마 안가 사라졌다. 어느덧 CD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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