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본 1924.3.27 – 1990.4.3
1990년대 후반 <Lover’s Concerto>는 국민 팝송이었다. 당시 영화 ‘접속’에 삽입되었던 이유도 컸지만 노래가 품은 해사하고 희망에 찬 기운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거기에 세기말의 불안한 정서와 묘한 대비를 이룬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사라 본(Sarah Vaughan)의 목소리가 신의 한수였다. 토이스(The Toys)의 원곡이나 슈프림스(The Supremes) 버전이었다면 그 같은 파괴력은 상쇄되었을 것이다. 당시 어디서든 울려 퍼지던 그 노래는 당시 IMF로 위축된 우리를 위로하는 BGM이었고, 그녀가 이 땅에 내린 선물이었다.
그녀의 레퍼토리는 재즈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그 점이 열혈 재즈 팬의 입장에서 못마땅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한 폐쇄성은 재즈가 갈수록 고립무원으로 남는데 기여할 뿐이다. 사라 본은 오랜 음악활동 속에서도 비교적 자기 관리를 잘한 덕에 전성기의 기량을 좀처럼 잃지 않았다. ‘새시(Sassy)’라 불렸던 젊은 시절의 청아하고 맑은 고음에서 중년의 중후하고 깊은 저음에 이르기까지 목소리는 점차 변화했지만 노래가 전달하는 감흥은 여전했다. 1954년 <Lullaby of the Birdland>에서 선보인 현란한 비밥 스캣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고 무려 80년대까지 이어진다.
1982년작 ‘Crazy and Mixed Up’에 실린 <Autumn Leaves>가 그것을 입증한다. 더욱이 이 곡은 그 어떤 해석보다 파격적이다. 테마 없이 곧장 애드립으로 전개되는 스캣 송과 그것을 받쳐주는 조 패스(Joe Pass)의 기타는 그야말로 광분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전율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