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 파월 1947.12.29 – 1998.4.5
자동차 마니아가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코지 파월(Cozy Powell) 또한 생전에 스피드광으로 소문난 애호가였다. 극한의 파워와 컨트롤을 자랑하던 드러머로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취미였는지도 모르겠다. 세기말의 음울한 기운이 지배하는 가운데에서도 시류에 아랑곳하지 않던 록의 전설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거쳐간 밴드는 예외 없이 하드 록, 헤비메탈 역사의 일 획을 그었다. 그의 드럼이 불어넣은 기운 덕분이다. 특히 그와 함께 밴드를 이룬 기타리스트들은 모두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제프 벡, 레인보우(Rainbow)의 리치 블랙모어, 마이클 쉥커(Michael Schenker), 블랙 사바스의 토니 아이오미,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브라이언 메이(Brian May)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자들이 코지 파월을 최고의 드러머로 꼽았다는 사실은 많은 걸 시사해준다. 그는 모던 드러머들이 구사하던 세세한 박자 쪼개기나 화려한 테크닉을 보이진 않았으나, 칼 같이 정확한 스트로크와 더블 킥으로 메탈 드럼의 교본을 마련했다. 그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밴드의 구성원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동력이기도 했다. 명 밴드는 명 드러머가 만든다.
내게는 레인보우 시절의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곡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Stargazer>다. 당시 멤버들의 면면도 모두 훌륭했지만 그들의 에너지가 한데 모여 장대한 빛을 발산할 수 있었던 힘은 코지 파월에게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마치 초대질량 블랙홀 퀘이사가 뿜어내는 제트 현상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