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 테일러 1929.3.25 – 2018.4.5
웬만한 용기를 갖지 않고는 세실 테일러(Cecil Taylor)의 음반을 공공장소에서 틀기 힘들다. 만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자가 있다면 자기만의 세계 속에 갇힌 비타협적이고 반사회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세실 테일러의 음악은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그는 마치 절대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연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았다.
누군가는 그의 피아노를 가리켜 ‘88개의 조율된 드럼’이라 불렀다. 그 정도로 그가 구사하는 선율과 화음은 종잡을 수 없다. 차라리 무조음악에 가깝다. 그러한 감상자의 자조적인 한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이해와 오해의 경계를 오가며 듣는 사람을 괴롭힌다. 내 경우는 억지로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 속에 투신하는 기분으로 몸을 맡기는 편이 더 낳았다. 그에게 대중성은 거리가 먼 단어였지만, 60년대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 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들의 인내심, 혹은 허영심에 경의를!
그의 음반 목록은 실로 방대하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지는 녹음 중 그나마 낯익은 것들이 1960년대 블루노트에서 나온 두 장의 앨범 ‘Unit Structures’와 ‘Conquistador!’이다. 역시나 상당히 급진적이다. 그럼에도 각각의 파트가 이뤄내는 앙상블은 매우 균형이 잡힌 모습이다. 이는 테일러 자신이 작곡가이자 밴드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한 결과다. 여러 프리 재즈 연주자들이 그에게서 영감을 얻었고, 그들은 기존의 문법으로부터 해방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맞다. 화음에 능숙해야 소음으로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