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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11. 2023

유달산에 머문 영혼

이난영 1916.6.6 – 1965.4.11

  목포 유달산을 오르면 산중턱에서 이난영 노래비를 만나게 된다. 근처에 놓인 작은 스피커에서는 <목포의 눈물>이 무한 재생되며 지나가는 산행객의 발길을 잠시나마 머뭇거리게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가요로서 이 곡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 시절을 겪어보진 않아도 노랫말에 담긴 애절한 사연과 구슬픈 가락은 언제나 마음을 울린다. 삶의 보편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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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난영은 트로트에만 한정된 가수는 아니었다. 작곡가이자 남편이었던 김해송이 만든 <다방의 푸른 꿈>은 블루스 풍의 재즈 곡이다. 이어서 발표된 <바다의 꿈>과 <항구의 붉은 소매>는 스윙의 시대에 어울리는 노래였다. 새삼스럽지만 그녀는 1930년대에 빌리 홀리데이와 동시대를 함께했다. 나이도 한 살 차이다. 빌리 홀리데이가 베니 굿맨, 카운트 베이시 악단에서 활동할 때 그녀는 오케(Okeh) 레코드사 소속 ‘조선악극단’의 주역이었다. 당시 미국과 한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그들의 노래 속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적으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난영은 음악을 놓지 않았다. 걸 그룹 ‘저고리 시스터’를 결성해 공연무대에 섰고, 기획자로서 두 딸과 조카를 ‘김 시스터즈’의 이름으로 미국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가수로서 좀 더 많은 녹음을 남겼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오래전에 그녀의 일생을 다룬 영화 ‘님은 가시고 노래만 남어’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이난영에 관한 새로운 영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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