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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12. 2023

사이다 같은 피아노

윈튼 켈리 1931.12.2 – 1971.4.12

  윈튼 켈리(Wynton Kelly)의 피아노는 언제나 청량한 느낌을 선사한다. 새털처럼 가볍고 유연하게 공간을 떠다니는 멜로디라인은 정말 일품이다. 그러한 연주는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마치 1940년대 스윙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테디 윌슨을 만나는 느낌과도 비슷하다. 비록 자신의 리더 앨범은 적었지만, 사이드 맨으로 주로 활동하며 위대한 순간들을 여럿 남겼다. 



  1959년,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역사적인 앨범 ‘Kind of Blue’ 녹음에 합류한다. 함께 작업한 빌 에반스에 비해 달랑 한 곡만 앨범에 실리게 되지만 앨범 홍보를 위한 투어 멤버로 참여하면서 마침내 마일스 사단의 정식 일원이 된다. 이때의 실황을 담은 음반이 한참 후에 발매됐는데, 코드 보이싱과 리듬감이 에반스와 분명 달랐다. 어떤 면에선 에반스보다 오히려 더 낫다. 내 취향은 윈튼이다. 그는 한동안 기타리스트 웨스 몽고메리와 단짝을 이루기도 했다. 두 장의 라이브 앨범 ‘Full House’와 ‘Smoking at the Half Note’는 찬란했던 그 시절의 증거물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리더 앨범 중 비제이 레이블에서 1959년부터 1961년 사이에 발표한 네 장의 앨범은 실로 놓치기 아까운 명연의 퍼레이드이다. 이때가 전성기였다.


  만일 그가 사이드 맨의 활동을 줄이고 좀 더 독립성을 발휘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그리하여 소울, 펑크의 영역에까지 좀 더 다가갔더라면 그 광경은 꽤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그의 이른 죽음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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