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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13. 2023

전기기타를 멘 물리학도

가와사키 료 1947.2.25 – 2020.4.13

  20세기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정보, 과학, 금융 분야는 물론 음악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가와사키 료(川崎燎)는 기타 신시사이저를 개발한 최초의 퓨전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이다. 팻 메스니 등을 비롯해 80년대 초부터 본격화된 기타 신시사이저는 사운드의 혁신이 감성의 확장을 불러일으킨 사례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Photo: Tom Copi / Michael Ochs Archives / Getty Images


  그는 음악가로서는 보기 드문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으며 한때는 댄스뮤직 음반을 낼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을 보였다. 80년대 중반 그가 발표한 싱글들은 <One Kiss>, <Electric World> 등의 전형적인 신스팝이다. 70년대 초 그는 뉴욕의 주목받는 재즈 기타리스트였다. 길 에반스의 ‘지미 헨드릭스 편곡집’에 참여해 존 애버크롬비와 기타 경합을 벌이는가 하면, 래리 코리엘의 후임으로 치코 해밀턴 밴드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1976년에 발표된 솔로 앨범 ‘Juice’이다. 주황색 오렌지 껍질 속 기계회로가 인상적인 재킷 이미지는 그의 음악적 지향점을 드러낸다. 펑키 리듬의 <El Toro>를 비롯해 대부분의 곡들이 록 기타의 열정과 재즈 퓨전의 농밀함으로 가득하다. 양자 물리학을 전공한 그가 음악에 투신한 결정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가와사키는 광범위한 음악적 스펙트럼만큼이나 활동반경도 남달랐다. 2000년대부터는 에스토니아로 거주지를 옮기고 발트해 연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연활동을 해왔다. 그 역시 재즈를 매개로 한 세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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