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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16. 2023

우주적, 혹은 몽환적

앨런 홀스워스 1946.8.6 – 2017.4.15

  보이는 세상만이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초미시세계, 한없이 펼쳐지는 우주는 눈 앞에 안보여도 분명 존재하는 세상이다. 혹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앨런 홀스워스(Allan Holdsworth)의 기타 연주를 들으면 평범한 인간의 인지능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그러한 세계를 음악으로 체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Photo by Derick A. Thomas


  그가 구사하는 기상천외한 코드 보이싱은 때로 먼 은하계의 행성에서 채취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마저 불어 일으킨다. 그의 연주는 우주적이다. 빠르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레가토 주법은 색소폰처럼 기타를 연주하고 싶었다는 한때의 열망을 반영하듯 이따금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그의 연주는 몽환적이다.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았던 그는 사실상 모든 기타리스트들을 압도했다. 초기에는 소프트 머신(Soft Machine) 등 여러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에 머무는가 하면, 한동안은 드러머 토니 윌리엄스(Tony Williams)와 재즈 퓨전을 선보였다. 80년대부터 본격 솔로 활동을 벌이던 시기에는 신시사이저와 결합한 기타 모델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의 영역을 개척했다.


  메탈 기타의 최선전에 있던 에디 밴 헤일런이 그의 열혈 팬이었으며, 괴팍한 스타일로 유명한 프랭크 자파도 그의 기타에 열광했다. 나 또한 그의 솔로 앨범 ‘i.o.u.’를 통해 그의 팬이 되었다. 비록 2000년대 이후 창작활동은 뜸했지만 <Above and Below> 같은 훌륭한 곡을 남겼으며 왕성한 공연으로 팬들을 만났다. 2014년에는 한국을 방문해 무대에 서기도 했다. 생업을 핑계로 공연에 못 간 것이 지금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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