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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16. 2023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

리 코니츠 1927.10.13 – 2020.4.15

  리 코니츠(Lee Konitz)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불가능하다. 무려 70여 년의 음악 여정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스로를 정형화된 틀에 가두지 않았다. 동부와 서부, 미국과 유럽, 전통과 전위,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그에겐 어떠한 스타일도 가능했다.


Photograph: Frans Schellekens/Redferns


  그와 연주했던 인물은 나이 어린 무명의 신인부터 오랜 경력의 베테랑까지 다양했고, 직접 다룬 분야만 해도 쿨 재즈에서 비밥, 포스트 밥, 아방가르드, 퓨전, 라틴에 이를 정도였다. 90세 이상의 장수를 누리는 동안 그것들을 차례로 섭렵해 나아갔던 것이다.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쿨의 탄생’ 앨범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처음 주목받았지만 그전에 이미 레니 트리스타노(Lennie Tristano)의 제자였다. 레니를 통해 배웠던 이론과 음악에 대한 태도는 일평생을 통해 발현된다. 재즈의 다양성에 대해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토대를 마련했던 탓이다. 거기에 특정 밴드나 레이블에 정착해 안주하지 않았던 자유분방한 기질 덕에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방대한 음반 목록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나는 50년대 중반 원 마쉬(Warne Marsh), 빌 바우어(Bill Bauer)와 함께한 앨범을 좋아했다. 그들은 모두 레니의 제자들이다. 1970년대 유럽에서 활동했던 시기의 앨범들도 좋다. 오늘날까지 유러피언 재즈 특유의 쿨 재즈적 감성과 실험적인 면모는 상당부분 그에게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그토록 길고 길었던 그의 음악 여정을 멈춰 세운 것은 다름아닌 코로나1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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