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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19. 2023

코펜하겐에서 만난 후손

닐스 페데르센 1946.5.27 – 2005.4.19

  덴마크의 베이시스트인 닐스 페데르센(Niels-Henning Ørsted Pederson). 그는 60년대부터 미국에서 건너온 재즈 맨들과 많은 협연을 했다. 덱스터 고든, 쳇 베이커 등의 음반 목록을 따라가다가 어느 시기부터 그의 이름을 자주 보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당시 대형 레이블과의 계약 트러블 등 여러 사연을 안고 본국을 떠난 베테랑들에게 유럽은 새로운 안식처였다. 재즈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을 우대한 곳은 본토 미국이 아닌 유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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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펜하겐의 몽마르트 재즈하우스 클럽은 그들을 반기고 예우했던 재즈 명소다. 그 지역 대학 출신 청년이 만든 레이블이 바로 스티플체이스다. 닐스 페데르센은 클럽에서 그들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주가 가능한 베이시스트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베이스를 멜로디 악기처럼 다룰 줄 알았고 개성 있는 톤과 결합된 현란한 테크닉으로 악기의 한계를 넘어섰다. 더욱이 한편의 풍경화를 대하는 듯한 회화적인 표현 방식으로 고전을 해석하는 능력은 경탄을 자아낼 만하다. 일찍이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다가갔던 인물이 바로 오스카 피터슨이다. 그는 여러 뮤지션과의 듀오 앨범으로도 유명하다. 폴 블레이, 케니 드루, 조 패스 등 당대의 거장들이 그와 함께했다.


  1999년에는 듀크 엘링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피아니스트 멀그루 밀러(Mulgrew Miller)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들은 오래전 듀크 엘링턴과 지미 블랜턴(Jimmy Blanton)이 듀오의 형태로 남긴 녹음을 모티브로 앨범을 제작했다. 닐스 역시 오래전 듀크의 악단에서 혁신적인 베이스의 길을 열었던 지미의 먼 후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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