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스타인먼 1947.11.1 – 2021.4.19
이름은 혹시 낯설더라도 짐 스타인먼(Jim Steinman)이 만든 노래는 웬만해서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온갖 개성의 팝 음악이 각축전을 벌이던 1980년대에 그의 노래들은 한 시절을 선연히 떠오르게 할 만큼 인상 깊었다. 비교적 긴 러닝타임을 가진 곡들은 진지하고 웅장했으며, 무엇보다 비장했다. 때로 감정과잉이 지나치다 싶은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그런 식의 팝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바그너의 서사극에 빗대어 ‘바그네리안 록’이라 칭했다. 작곡가의 지향점이 완고했기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가수는 달라져도 일관된 정서를 유지했다. 록 뮤지션 미트 로프(Meat Loaf)는 짐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적 분신이었다. 그들은 1977년 ‘Bat Out of Hell’ 앨범을 통해 한편의 록 오페라를 선보였다. 앨범은 이후 총 3부작 시리즈로 이어진다. 1993년은 더욱 극적이었다. 둘이 오랜만에 만나 함께 만든 <I’d Do Everything for Love>는 대성공을 거뒀다.
짐과 함께 작업하는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가창력이 탄탄하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잘 소화해내야 했다. 미트 로프를 비롯해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 셀린 디옹(Celine Dion)은 그러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보니 타일러(Bonnie Tyler)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Total Eclipse of the Heart>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마음 속의 개기일식이라니. 이별의 아픔으로 ‘숯덩이가 된 가슴’을 이 곡만큼 절절하게 표현한 다른 노래를 나는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