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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19. 2023

뮤지컬, 로큰롤 속으로

짐 스타인먼 1947.11.1 – 2021.4.19

  이름은 혹시 낯설더라도 짐 스타인먼(Jim Steinman)이 만든 노래는 웬만해서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온갖 개성의 팝 음악이 각축전을 벌이던 1980년대에 그의 노래들은 한 시절을 선연히 떠오르게 할 만큼 인상 깊었다. 비교적 긴 러닝타임을 가진 곡들은 진지하고 웅장했으며, 무엇보다 비장했다. 때로 감정과잉이 지나치다 싶은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그런 식의 팝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다.


Jim Steinman and Meat Loaf. Photo: Michael Putland/Getty Images


  그는 자신의 음악을 바그너의 서사극에 빗대어 ‘바그네리안 록’이라 칭했다. 작곡가의 지향점이 완고했기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가수는 달라져도 일관된 정서를 유지했다. 록 뮤지션 미트 로프(Meat Loaf)는 짐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적 분신이었다. 그들은 1977년 ‘Bat Out of Hell’ 앨범을 통해 한편의 록 오페라를 선보였다. 앨범은 이후 총 3부작 시리즈로 이어진다. 1993년은 더욱 극적이었다. 둘이 오랜만에 만나 함께 만든 <I’d Do Everything for Love>는 대성공을 거뒀다.


  짐과 함께 작업하는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가창력이 탄탄하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잘 소화해내야 했다. 미트 로프를 비롯해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 셀린 디옹(Celine Dion)은 그러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보니 타일러(Bonnie Tyler)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Total Eclipse of the Heart>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마음 속의 개기일식이라니. 이별의 아픔으로 ‘숯덩이가 된 가슴’을 이 곡만큼 절절하게 표현한 다른 노래를 나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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