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헤이븐스 1941.1.21 – 2013.4.22
1960년대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는 모던 포크의 산실이었다. 일찌감치 스타로 떠오른 밥 딜런을 비롯해 수많은 포크 뮤지션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며 자유로운 영혼을 꿈꿨다. 그 또한 그곳의 일원으로서 개성 있는 연주와 노래를 선보였다. 그러다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오프닝을 연 것을 계기로 경력의 전환점을 마련한다.
그의 노래에는 블루스와 소울의 감성이 묻어 있다. 뉴욕 포크 신에 정체성을 두고 있던 그는 리드 벨리(Lead Belly), 조쉬 화이트(Josh White)로부터 내려온 블루스 포크의 유산에 영감을 얻어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당시 시카고에 테리 콜리어(Terry Callier)가 있었다면 뉴욕에는 리치 헤이븐스였다. 둘 다 블루스에 경도됐지만 테리가 재즈적 감성에 다가갔던 반면, 리치는 컨트리에 좀 더 가까웠다. 리치의 기타 스트로크는 타악기처럼 리드미컬하고 강렬했다. 가령 <High Flyin’ Bird>에서 느껴지는 박진감은 그 자체로 로큰롤의 매력을 품고 있다. 또한 그는 다른 뮤지션의 곡들을 커버하기 좋아했다. 비틀스와 밥 딜런의 곡들이 그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그중 <Here Comes the Sun>은 그에게 미국 내에서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곡이다. 역시나 비틀스 노래는 남이 부르는 게 더 좋다는 진리를 여기서도 확인시켜 준다.
밥 딜런과의 인연도 싶다. 그는 딜런의 ‘30주년 기념 라이브’에 참여해 <Just Like a Woman>을 부르며 녹슬지 않은 기타 실력을 과시했다. 그의 유해는 비행기에 실려 40여년 전 젊은 시절에 그가 공연했던 우드스톡 상공에 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