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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24. 2023

슬픈 중년의 발라드

밥 도로우 1923.12.12 – 2018.4.23

  1956년 데뷔 앨범 ‘Devil May Care’ 앨범을 구한 지 얼마 안 되어 공교롭게도 밥 도로우(Bob Dorough)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늦게나마 살아생전의 그를 접한 것이다. 이 가수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 마음 속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Getty Images


  밥의 보컬은 상당히 독특했다. 중후한 저음도, 찌르는 듯한 고음도 아니고 오히려 간드러질 정도로 속삭이는, 당시로선 좀체 볼 수 없는 목소리였다. 더욱이 감정을 고조시키는 대목에선 일종의 광기마저 서려 있었다. 그것이 일명 ‘위스퍼’ 스타일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모스 앨리슨과 후대의 마이클 프랭크스가 그에게 영향을 받은 가수들이다. 밥 도로우의 초기 스타일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되었지만 특유의 위트 넘치는 개성은 여전했다. 데뷔 이후 50년이 지나 발표한 ‘Small Day Tomorrow’ 앨범은 살아온 세월의 깊이를 반영하듯 여유로움과 유머가 넘친다. 수록곡 중 <The Ballad of the Sad Young Man>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다. 나는 이토록 위트 있고 드라마틱한 리메이크 버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전까지는 우수에 젖은 분위기의 리키 리 존스(Rickie Lee Jones) 버전을 최고로 꼽았으나 그 자리는 이제 밥 도로우에게 옮겨져야 할 것 같다.


  그의 부고소식을 들은 지 며칠 후, 가게에서 이 곡을 듣는데 그를 소개했던 지인이 마침 방문했다. 우리는 잠시나마 ‘슬픔에 잠긴 청년’, 아니 중년이 되어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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