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Apr 24. 2023

무거운 것을 가볍게

빌리 폴 1934.12.1 – 2016.4.24

  필라델피아를 수식어로 하는 것들 중 크림치즈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바로 소울 뮤직이다. 필리 소울, 여기 속한 뮤지션들은 감미로운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을 배경으로 낭만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선보였다. 그들을 진두지휘한 이들이 케니 갬블과 레온 허프 두 명의 프로듀서 콤비였고, 오케스트라 반주를 담당한 악단 MFSB의 연주가 뒷받침되며 당시 모타운 사운드의 대안으로 거론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그들은 필라델피아의 시그마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수많은 명곡들을 끊임없이 뽑아냈다. 오제이스(The O'Jays), 스타일리스틱스, 해럴드 멜빈(Harold Melvin), 쓰리 디그리스(The Three Degrees) 등의 보컬 그룹이 맹활약했으며 빌리 폴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애초에 재즈 맨으로 출발한 그는 앞서 말한 두 프로듀서에게 발탁되어 소울 뮤지션의 길을 걷는다. 데뷔 즈음에 내놓은 발라드 곡 <Me and Mrs. Jones>는 그에게 큰 성공을 안겼다. 그는 1970년대 가장 인기있던 소울 뮤직 TV 프로그램 ‘소울 트레인’의 단골 게스트였다. 화면에 비쳐진 그의 모습은 흥겨움이 넘치다 못해 까분다는 표현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음반으로는 느끼기 힘든 부분이다.


  특히 폴 매카트니의 곡 <Let ‘Em In>을 부르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는 원곡의 노랫말을 슬쩍 바꿔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루이 암스트롱 등의 이름을 넣어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익살스럽게 전달했다. 이후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흑인 민권 운동의 찬가로 거듭났다.

작가의 이전글 비운의 히트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