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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25. 2023

재즈 이민자의 멜랑콜리

덱스터 고든 1923.2.27 – 1990.4.25

  재즈와 연관 짓지 않더라도 색소폰은 뭇 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다. 특히 테너 색소폰은 한때 한국 중년 남성들에 의해 교습학원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악기였다. 리드의 섬세한 떨림 속에서 새어 나오는 장중한 사운드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악기를 배우는 자에게는 소리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안긴다. 더욱이 신체에 밀접하게 매달린 물리적 상황에서 오는 내적 친밀감까지 제공하지 않던가. 그 황동의 관에서 나오는 소리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아마도 각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큼 다양할 것이다.


Photography/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나는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의 음색을 가장 좋아한다. 2미터의 큰 키와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들숨과 날숨이 구체적으로 악기와 어떻게 상응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테너 색소폰이 내는 울림은 너무나도 근사하다. 그의 전성기는 블루노트 레이블 소속으로 활동하던 1960년대 초중반으로 압축된다. 그는 뉴욕에서 파리나 코펜하겐으로 건너간 여러 ‘재즈 이민자’ 중 한 명이었다. 여러모로 평온하고 안정된 삶을 얻었지만 음악적으로 더 이상의 새로움은 없었다. 유럽 시절 상당히 많은 분량의 앨범들을 냈지만 화려했던 옛 시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가 배우로 출연한 영화 ‘라운드 미드나잇’은 버드 파월을 모델로 한 것이지만 그처럼 유럽에 정착한 미국 출신 재즈 맨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화려했던 지난 날일수록 현재의 그림자는 더욱 깊어진다. 그러한 현실엔 아랑곳없이 영화 속 그의 연주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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