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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25. 2023

크레이지, 섹시, 쿨

리사 로페스(TLC) 1971.5.27 – 2002.4.25

  TLC는 가게에서 가장 ‘핫’한 이름이었다. 주말 밤이면 메모지에 적힌 히트곡들이 부지런히 재생되었고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였다. 처음엔 그 풍경이 조금 낯설었다. 그들의 시대가 지난지도 20년이 넘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듣는 <Waterfalls>와 <No Scrubs>는 여전히 세련되었고 엊그제 나온 신곡들 못지않았다.


  한국의 대중음악도 그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한국에 R&B와 뉴 잭 스윙, 힙합 열풍을 일으킨 주역 중 하나다. 당시 거의 모든 1세대 걸 그룹들이 TLC를 롤모델로 삼았으며, 콘셉트와 스타일 전반에 걸쳐 레퍼런스로 활용했다. 나는 1990년대 중반부터 그러한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사람 중 하나다. 이후 한국의 걸 그룹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나아갔지만 TLC가 없었다면 당시 대중음악계는 꽤 다른 모습을 띄었을지도 모른다. TLC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걸 그룹들과 다양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영국의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와 글로벌 경쟁을 벌였고, 미국에서는 엔 보그(En Vogue),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등과 차트에서 맞붙기도 했다. 세 명의 멤버들은 어느 한 명에 치우침 없이 모두 큰 인기를 얻었다.



  리사 로페스(Lisa Lopes)는 반항아의 도발적인 이미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는 남자친구의 집에 불을 지른 사건 때문에 재판을 치른 적도 있다. 자숙의 기간 동안 영적인 모임을 위해 방문하기 시작한 온두라스는 훗날 그녀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나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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