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Apr 27. 2023

시대를 앞선 섹슈얼리티

애니타 레인 1960.3.18 – 2021.4.27

  오랜만에 들려온 그녀의 뉴스는 뜻밖에도 사망 소식이었다. 어두운 정서의 허스키한 톤으로 사랑과 죽음을 노래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한때 연인이자 동료였던 닉 케이브(Nick Cave)와 함께 부른 밥 딜런의 원곡 <Death is Not the End>를 들으며 애니타 레인(Anita Lane)의 죽음을 되새겨본다. 이 곡이 발매된 해가 1996년, 이때만해도 그들은 젊고 아름다웠다. 국내에서는 신하균 주연의 영화 ‘예의 없는 것들’에 삽입된 <Bella Ciao>로 그녀를 기억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Credit: Facebook


  호주 멜버른 출신의 애니타는 어릴 적부터 닉 케이브의 뮤즈로 불리며 그의 음악세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특유의 음울한 정서와 퇴폐미는 둘 간의 관계 속에서 싹을 틔운 것이다. 1990년대 초, 마돈나의 문제작 ‘Erotica’가 나오고 얼마 후 애니타의 솔로 앨범 ‘Dirty Pearl’이 발표됐다. 이들은 당시 능동적인 여성으로서의 섹슈얼리티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사실 애니타로서는 오래전부터 가져왔던 정체성이 발현된 것이었고, 때마침 1990년대 여성 로커들에게 자극을 주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앨러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피오나 애플(Fiona Apple), 가비지(Garbage)의 셜리 맨슨(Shirley Manson) 등은 모두 그녀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독립적인 여성상을 지향했고 남성성이 지배하는 기존 가부장제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애니타는 2000년대 초 마지막 솔로 앨범 이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까지 지속되는 닉 케이브의 왕성한 활동에 비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닉도 그녀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작가의 이전글 독일 전자음악의 증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