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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Apr 26. 2023

독일 전자음악의 증인

클라우스 슐체 1947.8.4 – 2022.4.26

  영미권에서 태동한 블루스와 로큰롤의 자기장에서 독일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다. 일명 크라우트 록이라 불리던 명칭도 일종의 ‘근본 없음’에 대한 빈정거림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고 보면 비틀스가 무명시절에 함부르크에서 기반을 닦은 것도 꽤 아이러니하다. 당시 독일 뮤지션들 또한 그러한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자신들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독일 전자음악의 부흥은 그러한 배경 속에서 이루어졌다.


Photograph: Interfoto/Alamy


  클라우스 슐체(Klaus Schulze)! 한때는 내게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었다. 그의 음악세계에서 멀어진 지는 한참 됐지만 뜻밖의 부고소식은 못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에드가 프뢰제(Edgar Froese)가 이끄는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의 데뷔 앨범에 드러머로 참여하며 프로에 입성한 그는 밴드 탈퇴 후 아쉬 라 템펠(Ash Ra Tempel)을 결성하며 경력을 쌓다가 이후 솔로 뮤지션으로 전향한다. 1970년대에 발표한 ‘Timewind’, ‘Moondawn’, ‘Mirage’ 등의 앨범들은 모두가 한편의 장대한 서사시를 방불케 하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클래식 작곡가 바그너에 경도되어 한동안 리하르트 반프리드(Richard Wahnfried)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핑크 플로이드에 영감을 얻어 무려 십여 년간 ‘The Dark Side of the Moog’라는 연작 앨범들을 내기도 했다.


  오늘 그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오랜만에 20여분에 달하는 그의 곡들을 들으며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꾸는 꿈’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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