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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찾는 사람

폴 체임버스 1935.4.22 – 1969.1.4

by 황세헌

경력의 대부분을 사이드 맨으로 보냈던 그는 모두가 인정하고 아끼는 베이시스트였다. 짧았던 삶만큼 그의 이름으로 내놓은 리더 앨범 또한 몇 장 안되지만 그중 압도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은 음반이 있다. 바로 1957년 앨범 ‘Bass on Top’이다.

이 앨범을 LP 레코드로 구하려고 한동안 애썼던 기억이 난다. 재킷 사진이 갖는 아우라도 구매를 자극할 만하다. 고개를 숙인 채 콘트라베이스에 몰입하는 표정, 몇 개의 컷으로 분할되어 강조된 손가락을 보면 왠지 그 안에 엄청난 음악이 담겨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들어보면 정말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편곡은 물론 사이드 맨들의 연주 또한 만족스럽다. 특히 기타리스트 케니 버렐(Kenny Burrell)의 비중이 큰 편이다. 무엇보다 폴의 장기인 아르코 주법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여 실내악의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본인의 패밀리 네임, 체임버스에 걸맞은 이름값을 한 셈이다.


사실 그는 사이드 맨으로 활약할 때 더욱 빛났다. 마일스 데이비스 악단에 몸담던 시절, ‘Kind of Blue’ 앨범의 문을 연 첫 곡 <So What>의 역사적인 테마를 담당한 것도 폴의 베이스였다. 녹음에 함께 참여한 윈튼 켈리와는 아예 트리오를 구성하여 활동했으며 존 콜트레인, 레드 갈란드와도 오랜 기간 관계를 맺었다. 함께 연주한 동료들은 폴의 온화한 성품까지 사랑했다. <Mr. P.C.>, <P.C. Blues> 그리고 <Big Paul>은 모두 그에게 헌정된 곡이다. 모두가 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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