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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02. 2023

세기말의 아이콘

히데 松本秀人 (X-Japan) 1964.12.13 – 1998.5.2 

  20세기 말, 히데의 죽음만큼 황망한 사건이 또 있었을까. 그의 죽음은 당시 한국에서도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1997년 마지막 날에 치러진 ‘라스트 라이브’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공연 영상은 다시 봐도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 길가다 붉은 머리에 스모키 화장을 한 사람을 보면 히데가 떠오르곤 했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밴드를 사랑했고 록 밴드 키스(Kiss)를 우상으로 삼았던 메탈 키드였다. 엑스 재팬이 스피드 메탈에 바탕을 둔 비주얼 록 밴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는 히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베이스 주자 타이지와 함께 편곡을 도맡았고 기억에 남을 멋진 기타 리프를 뽑아내는 능력 또한 출중했다. 가게에서 어쩌다 <Silent Jealousy>나 <WEEK END>, 그리고 <Endless Rain>이 나오면 반갑게 기억해주는 손님이 많았다.


  타이지의 탈퇴 이후 밴드와 솔로 활동을 겸했던 히데는 엑스 재팬과는 또 다른 음악성을 선보였다. 솔로 1집은 시류를 반영하듯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와 같은 인더스트리얼 록을 연상케 했으며, 사망 후에 발매된 지루치(Zilch) 앨범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한 시대가 마감된다는 상실감과 무력감, 다가오는 세기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이른바 세기말 정서가 지배하는 가운데 히데는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갑자기 멈춰 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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