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May 02. 2023

세기말의 아이콘

히데 松本秀人 (X-Japan) 1964.12.13 – 1998.5.2 

  20세기 말, 히데의 죽음만큼 황망한 사건이 또 있었을까. 그의 죽음은 당시 한국에서도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1997년 마지막 날에 치러진 ‘라스트 라이브’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공연 영상은 다시 봐도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 길가다 붉은 머리에 스모키 화장을 한 사람을 보면 히데가 떠오르곤 했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밴드를 사랑했고 록 밴드 키스(Kiss)를 우상으로 삼았던 메탈 키드였다. 엑스 재팬이 스피드 메탈에 바탕을 둔 비주얼 록 밴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는 히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베이스 주자 타이지와 함께 편곡을 도맡았고 기억에 남을 멋진 기타 리프를 뽑아내는 능력 또한 출중했다. 가게에서 어쩌다 <Silent Jealousy>나 <WEEK END>, 그리고 <Endless Rain>이 나오면 반갑게 기억해주는 손님이 많았다.


  타이지의 탈퇴 이후 밴드와 솔로 활동을 겸했던 히데는 엑스 재팬과는 또 다른 음악성을 선보였다. 솔로 1집은 시류를 반영하듯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와 같은 인더스트리얼 록을 연상케 했으며, 사망 후에 발매된 지루치(Zilch) 앨범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한 시대가 마감된다는 상실감과 무력감, 다가오는 세기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이른바 세기말 정서가 지배하는 가운데 히데는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갑자기 멈춰 서고 말았다.

작가의 이전글 이종교배 연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