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풀러 1934.12.15 – 2021.5.8
트롬본은 스윙 시대를 풍미했던 주요 악기 중 하나다. 하지만 빅밴드 시대에서 비밥으로 넘어오는 동안 관악기의 주도권이 트럼펫과 색소폰으로 넘어가면서 어느덧 주변부로 밀려났다. 민첩하고 역동적인 즉흥연주를 하기엔 악기 구조상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트롬본은 필드에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갔다. 어디서나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카이 윈딩(Kai Winding)과 트롬본 듀엣을 이끌었던 제이제이 존슨(J. J. Johnson)이 비밥으로 넘어오던 시절에 성공한 1세대였다면, 커티스 풀러(Curtis Fuller)는 솔로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킨 차세대 주자였다. 그의 트롬본은 이전 세대의 사운드보다 더 크고 또렷했으며 기술적으로도 앞섰다. 때문에 색소폰, 트럼펫 등의 메인 악기들과 동시에 테마를 진행할 때도 특유의 색채감을 더하는데 매우 유용했다. 일찍이 그를 알아본 블루노트 레이블 덕분에 당시로서는 드물게 ‘Bone & Bari’와 ‘The Opener’ 같은 트롬본 주자의 리더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 그는 아트 블레이키의 재즈 메신저스 일원으로도 수 년간 활동했다. 아마도 그 당시 트롬본 지망생들이 꿈꾸는 롤모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그를 레전드로 만든 앨범은 1959년작 ‘Blues-ette’다. 여기서 베니 골슨(Benny Golson)의 색소폰과 주고받는 두 관악기의 하모니는 다시없을 명연주다. 모든 곡이 훌륭하지만 <Love Your Spell is Everywhere>는 그중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다.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심금을 울리는 그 멜로디 라인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