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말리 1945.2.6 – 1981.5.11
역사적 큰 인물, 성인에게는 사망일보다 탄생일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예수나 석가의 생일을 탄신일로 기념하며 살아 생전의 업적과 가르침을 기억하려 한다. 그리고 그들은 불멸의 이미지를 얻는다. 더욱이 세대를 거듭하며 예배나 행사를 통해 집단기억으로 남기에 육체의 일시적인 소멸은 탄생의 순간보다 그 의미가 덜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밥 말리(Bob Marley) 또한 영생을 누리는 셈이다. 그는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서 살아있다.
가게에서 그의 생일을 기념한 파티를 연 적이 있다. 자메이카에서는 그날이 국경일이다. 마침 탄생 70주년을 맞은 해였다. 서울의 여러 뮤지션과 ‘셀렉타’들을 초청하여 한바탕 놀았던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가게 오픈이래 가장 많은 손님을 받은 날이기도 했다. 비록 ‘사운드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았고 ‘간자(대마초)’도 없었지만 모두가 라스타파리안이라도 된 듯 한마음이었다. 밥 말리의 노래가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평화다.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마다 그는 끊임없이 소환되었다.
1978년, 자메이카의 평화를 위해 열린 ‘원 러브 피스 콘서트’에서도 그는 대립하는 정당의 당수들끼리 서로 악수를 나누게 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을 이끈 튀니지 혁명에서도 거리의 시민들은 <Get Up, Stand Up>을 불렀다. 체 게바라가 총으로 혁명을 꿈꿨듯, 밥 말리는 노래로 그것을 이루려 했다. 그 혁명의 온기는 전 세계 청년들의 티셔츠 가슴팍에도 새겨졌다. 내게도 밥 말리 티셔츠가 몇 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