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리차드 1932.12.5 – 2020.5.9
음악의 성찬은 때로 귀를 피곤하게 한다. 운영했던 가게에서 매일 몇 시간씩 음악을 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피부로 체감했던 부분이다. 자극적인 음악들에 감각이 둔화될 즈음이면 분위기 전환을 궁리해본다. 어떤 것들의 근원이 되는 노래들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중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도 꽤나 그럴듯한 '처방'이었다.
‘왑밥아루밥’으로 시작하는 일성이 스피커를 울리며 <Tutti Frutti>가 흘러나오면 일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개는 나보다 손님들이 더 환호했다. 직감적으로 ‘원조’의 맛을 알아보는 것일까. 우리가 열광하고 시대를 앞서갔다고 추앙하는 거의 모든 록 스타들은 리틀 리차드에게 빚을 졌다. 그에게 직접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히며 존경을 표한 인물들은 수없이 많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프린스도 거기에 당연히 포함된다. 록 보컬의 근간이 되는 샤우팅과 그로울링을 비롯해 화려한 무대매너와 패션감각 등 온몸으로 그가 보여준 것들은 그 자체로 록 음악의 문법이 되었다.
척 베리가 록 음악의 뼈와 근육을 만들었다면 리차드는 그것들을 둘러싼 살과 피였다. 비틀스 팬들이라면 폴 매카트니가 초창기에 <Long Tall Sally>를 무대에서 밥 먹듯이 불렀던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프린스의 오랜 팬이라면 그가 이따금 질러 대는 오싹한 비명소리, 스모키 화장과 헤어스타일이 리차드에게 영감을 얻었다는 것도 알 것이다. 리틀 리차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