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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09. 2023

원조를 찾아서

리틀 리차드 1932.12.5 – 2020.5.9

  음악의 성찬은 때로 귀를 피곤하게 한다. 운영했던 가게에서 매일 몇 시간씩 음악을 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피부로 체감했던 부분이다. 자극적인 음악들에 감각이 둔화될 즈음이면 분위기 전환을 궁리해본다. 어떤 것들의 근원이 되는 노래들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중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도 꽤나 그럴듯한 '처방'이었다.


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왑밥아루밥’으로 시작하는 일성이 스피커를 울리며 <Tutti Frutti>가 흘러나오면 일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개는 나보다 손님들이 더 환호했다. 직감적으로 ‘원조’의 맛을 알아보는 것일까. 우리가 열광하고 시대를 앞서갔다고 추앙하는 거의 모든 록 스타들은 리틀 리차드에게 빚을 졌다. 그에게 직접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히며 존경을 표한 인물들은 수없이 많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프린스도 거기에 당연히 포함된다. 록 보컬의 근간이 되는 샤우팅과 그로울링을 비롯해 화려한 무대매너와 패션감각 등 온몸으로 그가 보여준 것들은 그 자체로 록 음악의 문법이 되었다.


  척 베리가 록 음악의 뼈와 근육을 만들었다면 리차드는 그것들을 둘러싼 살과 피였다. 비틀스 팬들이라면 폴 매카트니가 초창기에 <Long Tall Sally>를 무대에서 밥 먹듯이 불렀던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프린스의 오랜 팬이라면 그가 이따금 질러 대는 오싹한 비명소리, 스모키 화장과 헤어스타일이 리차드에게 영감을 얻었다는 것도 알 것이다. 리틀 리차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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