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 킹 1925.9.16 – 2015.5.14
1990년 10월, 비비 킹(B.B. King)은 한국을 딱 한번 방문했다. 당시 ‘팔리아먼트 슈퍼밴드’라는 이름으로 내한했을 때 함께 온 멤버는 레이 찰스, 진 해리스(Gene Harris), 레이 브라운(Ray Brown)이었다. 밴드 명에 드러나듯 담배회사의 홍보를 위해 기획된 이벤트였지만, 전설의 블루스 맨이 최초로 방문한다는 사실에 언론에서도 꽤나 떠들썩했다. 예술의전당에서 이틀간 공연한 걸로 아는데 나는 가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방구석에서 음악 듣는 걸 더 좋아해 웬만한 공연이나 페스티벌은 사양하는 편이지만, 그때는 비비 킹의 연주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남는다.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에서는 비비 킹의 내한을 소개하며 관련 퀴즈를 내기도 했다. 비비 킹의 이니셜 B.B가 ‘블루스 보이(Blues Boy)’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빅 블루스’나 ‘블랙 블루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가 다녀가고 얼마 후 방송에 출연한 신촌블루스의 기타리스트 엄인호는 그의 사인을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 무렵 국내에서는 여러 블루스 뮤지션들의 음반이 발매됐다. 신촌블루스 3집이 그해 봄 출시되었고 <누구없소>의 작곡자 윤명운의 ‘명운이의 Blues’ 앨범과 한영애 2집이 직전 해에 나왔다. 한영애의 <루씰>은 비비 킹의 기타 이름에서 빌려 온 곡명이다. 그 해 여름에는 한창 잘나가던 스티비 레이 본이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고, 11월에는 김현식이 세상을 떠났다. 1990년은 여러모로 블루지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