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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16. 2023

집시 청년이 남긴 유산

장고 라인하르트 1910.1.23 – 1953.5.16

  오랜 빈곤과 차별, 그리고 유랑생활. 흔히 집시를 일컫는 말이다. 장고 라인하르(Django Reinhardt)는 집시 기타리스트였다. 어느 날 자신과 모든 면에서 대비되는 말쑥한 신사의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를 만나고 악단을 꾸린다. 사람들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집시 재즈라 불렀다. 


Wikipedia


  그들을 대표하는 곡 <Minor Swing>은 재즈의 옷을 걸친 전형적인 집시 음악이다. 집시 고유의 정서가 내면에 흐르지 않고는 그와 같은 감수성은 좀체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러한 정체성은 장고의 삶에서도 줄곧 반영되었다. 그는 청년기 때 입은 손가락 핸디캡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운지법을 비롯한 여러 주법들을 연마하여 모두에게 인정받는 기타리스트가 된다. 지금까지 그에게 영향을 받은 기타리스트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따지고 보면 정작 재즈 보다는 록 기타리스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모던 재즈 기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인물은 찰리 크리스천(Charlie Christian)이다.


  장고에게 영향을 받은 인물들은 꽤 다채롭다. 그와 마찬가지로 핸디캡을 극복했다는 면에선 블랙 사바스의 토니 아이오미, 그레이트풀 데드의 제리 가르시아가 있으며, 제프 벡과 컨트리 가수 윌리 넬슨은 그의 오랜 팬이다. 무엇보다 지미 헨드릭스가 가장 인상적이다. 그는 한동안 ‘밴드 오브 집시’의 이름으로 활동하며 장고의 정체성마저 흡수하려 했다. 그것은 마치 장고가 1940년대에 뉴욕으로 건너가 그곳의 흑인 재즈 맨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하려 했던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일이었다. 두 사람 모두 한편으로는 주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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