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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16. 2023

위대한 조력자, 위대한 트리오

행크 존스 1918.7.31 – 2010.5.16

  행크 존스(Hank Jones)는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스윙 시대부터 시작해 그와 연주를 안 해본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어디에나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하도 여러 사람들과 연주하다 보니 머리 속에 웬만한 곡들의 악보가 다 들어있다 해서 ‘미스터 스탠더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스타일적으로 두드러진 면이 없기에 그는 재즈사에서 중요하거나 진지하게 다뤄진 적이 없다. 참여 앨범마다 그의 이름이 헤드라인으로 올라오는 일은 드물었다. 어디에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그는 독주자로서 스스로 빛나기 보다는 조력자나 반주자로서 상대를 빛내는 역할에 더 충실했다. 실제로 1960년대에 엘라 피츠제랄드와 애니타 오데이(Anita O'Day)의 반주자였으며, 마릴린 먼로가 케네디 대통령 앞에서 생일축하 곡을 부를 때 피아노 반주를 맡은 이도 그였다. 또한 그는 여러 악기와 듀오 연주를 많이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중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과 가스펠 송, 민요 등을 연주한 ‘Steal Away’와 ‘Come Sunday’ 두 앨범은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힘들고 지친 나의 일상에 위로가 되어 준 앨범들이기도 하다.


  과연 그는 평생 조력자에만 그쳤을까? 알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죽기 전까지 30여 년 동안 자신의 트리오 ‘The Great Jazz’를 이끌었다. 그레이트. 너무 흔해서 무덤덤해진 의미의 거품을 걷어낸다면, 그는 이 단어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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