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May 22. 2023

붉은 흙에 살리라

지미 라페이브 1955.7.12 – 2017.5.21

  한때 자주 보며 술잔을 기울이던 선배가 있었다. 밥 딜런을 좋아하며 관련된 루츠 록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이 깊은 분이다. 오래전 선배 부부의 차를 타고 음주를 위한 야행을 하던 중 차 안에서 한 가수의 노래를 들었다. 낯설지만 인상적인 허스키 보이스였다. 뮤지션 이름과 곡 제목 <I Walk Along with You>를 안 잊어버리려고 집에 오는 내내 되뇌던 그날 밤이 떠오른다. 지미 라페이브(Jimmy LaFave)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https://jimmylafave.com/


  지미가 포크 뮤지션으로 활약한 무대는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였다. 그 또한 밥 딜런처럼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에게 큰 영향을 받았으며 관련 페스티벌을 주도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 지대의 붉은 토양을 빗대어 명명된 ‘레드 더트(Red Dirt)’ 컨트리는 지미의 음악적 뿌리였다. 오클라호마는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의 고향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를 가리켜 ‘붉은 흙의 밴 모리슨’이라 칭하기도 했다. 밴 모리슨(Van Morrison)은 북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다. 오클라호마와 인접한 텍사스 또한 비슷한 음악적 지향성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팝 음악과 쉽게 결탁해 상업성을 앞세우는 내슈빌 컨트리에 반감을 품었다. 텍사스 출신의 지미는 그러한 배경 속에서 정체성을 가다듬어왔다.


  그는 포크 음악에 로큰롤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그러한 성향은 90년대까지 이어진 ‘보헤미아 비트’ 시절에 두드러진다. 존 웨이트(John Waite)의 곡을 리메이크한 <Missing You>를 들으며 투병 중인 선배를 다시 떠올린다. 예전처럼 술잔을 부딪치며 함께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작가의 이전글 문 주변을 서성댄 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