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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하며 익힌 생존술

제임스 음투메 1947.1.3 – 2022.1.9

by 황세헌

마일스 데이비스가 70년대에 남긴 유산 중에는 함께했던 수많은 사이드 맨도 포함된다. 어쩌면 음악 그 자체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에게 훈련을 받고 역량을 키운 ‘졸업생’들은 각자 흩어져 저마다의 세계를 창조해냈다.


FIr3hl5X0AMMiZx.jfif James Mtume(Right) with Reggie Lucas


레지 루카스(Reggie Lucas)와 제임스 음투메도 그랬다. 둘은 마일스로부터 혹독한 수련기를 거치면서 동지애를 싹 틔웠다. 기타리스트였던 레지는 프로듀서로 더욱 명성을 얻고 여러 악기를 다뤘던 제임스는 자신의 예명을 딴 밴드를 만들어 성공을 거둔다. 음투메는 스와힐리어로 ‘메신저’라는 뜻이다. 두 사람의 작곡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서 여러 뮤지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1980년에 발표된 스테파니 밀스(Stephanie Mills)의 <Never Knew Love Like This Before>도 그중 하나다. 디스코 시절의 아련함이 느껴지는 이 곡은 운영했던 가게 '골목바이닐앤펍'에서도 무척 많이 틀었다. 아마도 두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제임스가 밴드의 이름으로 발표한 <Juicy Fruit>는 당시 차트 넘버원을 기록했다. 이 곡은 훗날 노토리어스 비기의 <Juicy> 샘플링으로 더 유명해졌다. 그 무렵 레지 루카스는 마돈나의 데뷔 앨범 프로듀서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레지와 제임스, 둘은 재즈 맨으로만 재능을 소진하기엔 아까운 인물들이었다. 다행히 그 살벌한 70,80년대의 격전장에서 생존해 팝의 주류에 안착한 것이다. 제임스의 죽음으로 둘은 이제 아득히 먼 세상에서 다시 만났다. 부디 그 곳에서도 ‘살아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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