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 1947.1.8 – 2016.1.10
데이비드 보위는 록 문화의 아이콘이다. 다행히도 보위의 경우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는 동안 영향력도 정비례했다. 이제는 영원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자취는 초신성의 폭발처럼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80년대 초 <Let’s Dance>의 라이브 영상으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때는 댄스 팝 뮤지션 정도로 여기며 무심히 흘려 넘겼던 것 같다. 좀 더 진지한 태도로 만난 음반이 ‘Ziggy Stardust’였다. 솔직히 그다지 큰 흥미를 못 느꼈다. 뭔가 튀어 보이려고 기괴한 복장을 하나보다 했다. 90년대 초 라이선스 음반으로 만난 틴 머신(Tin Machine)은 록 필이 충만하고 시류를 어느 정도 반영한 듯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평범하게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Heroes’ 앨범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머리 속에서 어떤 느낌표 하나가 찍히는 느낌이었다. ‘Low’ 앨범까지 들었을 때는 마음 속에 어떤 확신이 생겼다. 그것은 ‘인생의 뮤지션’을 만났다는 일종의 환호성이었다. ‘Lodger’를 포함한 세 장의 앨범, 이른바 ‘베를린 3부작’은 실험적이고 전위적이었다. 함께 작업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영향이 다분했고 전반적으로 독일 전자음악의 서늘한 감성이 흘렀다.
화려했던 만큼이나 숨막히게 자신을 몰아 세웠던 광란의 미국 생활을 뒤로하고 그가 베를린으로 향한 건 어쩌면 필연적인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거기서 이뤄낸 조용한 혁명과도 같은 시절이 있었기에 보위는 새로운 80년대를 여는 동력을 마련했다. 그로 인해 우리는 결코 ‘지루하지 않은’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