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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10. 2023

웨일스의 방망이 깎던 노인

버크 셸리 Burke Shelly 1950.4.10 – 2022.1.10

  나는 벗지(Budgie)에게서 고집스러운 장인의 모습을 본다. 그들만큼 진지하고 일관되게 자신들의 사운드를 갈고 닦은 하드 록 밴드를 경험한 적이 별로 없다. 웨일스인 특유의 자존심과 근성 때문일까, 오래전 끝끝내 잉글랜드 대표팀을 거부하며 자국의 영웅으로 남은 축구선수 라이언 긱스가 문득 떠오른다.


Fin Costello/Redferns/GI

  버크 셸리는 벗지의 보컬과 베이스를 담당한 창립 멤버였다. 그는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밴드에 남았다. 벗지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블랙 사바스나 레드 제플린처럼 세계무대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적어도 영국에서의 인기는 여느 밴드 못지않았다. 이들이 80년대말에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메탈리카 덕분이다. <Breadfan>이 리메이크되면서 사람들은 원곡의 주인공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들의 주요 앨범을 들으며 느꼈던 경이로움이 지금도 생생하다. 더욱이 새를 주인공으로 하여 앨범마다 적용된 로저 딘의 커버아트는 오랫동안 잊힌 밴드의 신비함을 더했다. 밴드 명 벗지는 앵무새의 이름이다.


  가게를 했던 시절에 벗지의 3,4,5집을 마침내 LP 레코드로 손에 얻은 날, 나의 업소가 좀 더 완벽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Baby, Please Don’t Go>와 <Zoom Club>은 각별히 좋아했던 곡들이다. 모두가 버크 셸리의 감각적인 베이스 라인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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