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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11. 2023

시인의 감수성

파브리지오 데 안드레 1940.2.18 – 1999.1.11

  ‘시인의 감수성은 소멸과 죽음에 대한 선험적인 생각이다’. 시인 김혜순이 한 말이다. ‘선험적’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파브리지오 데 안드레(Fabrizio De André)는 그러한 감수성으로 이탈리아의 풍경을 노래했다.


www.visitgenoa.it/en/fabrizio-de-andrè

 

  그는 클라우디오 발리오니(Claudio Baglioni), 리카르도 코치안테(Riccardo Cocciante)와 함께 70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수다. 그의 노랫말에는 자신의 고향 제노바의 부랑자, 도둑, 매춘부, 성소수자들이 쿠르베의 유화 속 인물처럼 무심하게 등장한다. 그들이 겪는 소외와 연대의 감정을 그는 아름다운 포크 선율과 저음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탈리아의 레너드 코언’이라는 수식어는 그러한 배경에서 왔을 것이다. 더욱이 자국어로 번안해 부른 <Suzanne>과 <Nancy>는 때로 원곡보다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그는 록 밴드 PFM과 함께 라이브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들의 퍼포먼스는 1980년에 음반으로도 발매되어 아름다운 발라드 송 <Sally>를 남겼다. 가사를 모르고 듣는 그의 노래들은 늘 로맨틱하게 들리기 마련이나, 사실 그 안에는 사회비판과 부르주아를 향한 조롱과 풍자가 담겨있다. 그의 노랫말 혹은 시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했다. 안드레는 무정부자였다.


  물론 남녀 간의 사랑 노래도 많다. 가게에서 이따금 들었던 노래가 있다. 트럼펫 전주가 인상적인 <La Canzona dell’Amore Perduto>는 오래전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발라드 송이다. 그는 여기서도 소멸에 관해 얘기한다. ‘영원할 것 같은 위대한 사랑도 언젠가는 시드는 꽃처럼 사라지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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