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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13. 2023

굿 바이, 뉴스 보이 캡

도니 해서웨이 1945.10.1 – 1979.1.13

  어떤 이들은 생전에 입던 의상이나 소품으로 기억된다. 모자도 거기 해당된다. 찰스 밍거스가 레스터 영을 ‘포크파이 햇’으로 추억했듯 그 또한 ‘빵모자’라 불리는 뉴스 보이 캡으로 기억에 남는다. 재즈 전성기에 모두가 레스터 영의 색소폰에 귀 기울인 것처럼 많은 가수들이 도니 해서웨이의 목소리를 듣고 그처럼 노래 부르고 싶어했다.


  

  짧은 생애를 보내며 몇 장의 앨범을 내놓은 게 전부지만 그 안에는 소울 보컬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프로듀서로 경력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심할 정도로 그는 타고난 가수였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향력은 시대를 초월한다. 대학 동기이자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은 누구보다도 그의 이른 죽음에 안타까워했다. 그의 사인은 정신질환에 의한 투신자살로 판명되었다. 그가 남긴 노래를 듣는 동안은 왠지 숙연한 마음이 앞선다. 운영했던 가게에서 해마다 틀었던 캐롤 송 <This Christmas>를 들을 때도 그랬다. 특히 <A Song for You>는 어느 누구의 버전보다도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그나마 유일한 라이브 앨범 ‘LIVE’를 들을 때만큼은 기분이 밝아진다. 스튜디오 녹음보다 훨씬 길어진 <The Ghetto>를 들을 때면 더욱 그렇다. 더 빨라진 템포, 악기들의 즉흥연주, 관객들의 환호가 뒤섞여 현장의 열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 앨범 재킷에서도 자신의 얼굴보다 더 커 보이는 뉴스 보이 캡이 눈에 띈다. 넓은 모자 챙 아래로 우수에 잠긴 듯한 표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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