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Jan 17. 2023

비틀스 렛잇비 앨범 이야기

필 스펙터 1939.12.26 - 2021.1.16

  새 천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폴 매카트니는 한 가지를 결심한다.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Let it be’를 다시 손보기로 한 것이다. 1970년, 당시 비틀스는 밴드 해체를 앞두고 멤버들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녹음을 진행한다. 존 레논의 권유로 프로듀서 필 스펙터가 투입되었다. 폴은 그 당시에도 왠지 탐탐치 않았다고 한다. 

  편곡에 오케스트라와 코러스가 차례로 추가되면서 상업 앨범으로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지만, 이 같은 결과물이 애초에 멤버들이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마지막 앨범인만큼 멤버 자신들의 연주로만 채운 담백한 사운드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필 스펙터가 일부러 앨범을 망치려 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60년대부터 해온 주특기를 살려 사운드의 풍성함을 더하려 했다. 사람들은 그러한 사운드 메이킹을 ‘Wall of Sound’라 불렀고 오늘날까지 필 스펙터에게 명성을 안겨준, 당시로서 혁신적인 기법이었다.

  어쨌든 밴드는 곧 해체됐고 네 명의 멤버들은 마지막 앨범을 뒤로 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폴은 늦었지만 이걸 바로잡아 고치려고 했던 것이다. 다소 과하게 덧댄 사운드는 ‘벗겨지고’ 수록된 곡의 순서도 애초에 작업했던 <Get Back>에서 시작해 <Let it Be>로 끝난다. 이중에 <The Long and Winding Road>의 변화가 가장 도드라져 보인다. 역시 군더더기를 벗겨 내길 잘했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오래된 사연을 품고 새롭게 단장한 앨범은 2003년 ‘Let it Be..Naked’라는 이름으로 재발매 된다. 앨범이 처음 발매된 지 33년만이었다.


  

사실 필 스펙터는 미국 대중음악사에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나, 온갖 기행과 사생활에서의 치명적인 과오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결국, 노년에 한 여성을 살해하고 복역 중 코로나19로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이지리아의 ‘슈가 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