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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으로 물들인 블루스

에타 제임스 1938.1.25 - 2012.1.20

by 황세헌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취임식 무도회에서 <At Last>에 맞춰 춤을 추던 때가 벌써 2009년의 일이다. 그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는 비욘세(Beyonce)였다. 전년도에 그녀는 영화 ‘캐딜락 레코드’에서 에타 제임스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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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레오나르드 체스가 설립한 블루스 전문 레이블, 체스 레코드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머디 워터스가 스토리의 중심에 있고 척 베리, 하울링 울프가 등장하며 열기를 돋웠다. 마침내 비욘세가 연기하는 에타 제임스가 데뷔하는 대목에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는데, 당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초록빛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다. <At Last>는 ‘마침내 이룬 사랑의 꿈’을 환희에 찬 기분으로 노래하는 곡이다. 비욘세 버전도 나쁘진 않지만 에타 제임스에겐 행복한 감정 이상의 어떤 그늘이 느껴진다. 그걸 페이소스라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그 목소리에는 기본적으로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담겨있다. 가령 <All I Could Do was Cry> 같은 곡을 그녀가 아니면 그 누가 그토록 호소력 있게 부를 수 있을까. ‘모던 블루스의 가장 위대한 가수’라는 칭호가 결코 무색하지 않다.


오래전 한국의 TV광고에도 나왔던 <I’d Rather Go Blind>도 그 점을 입증한다. 이 곡 역시 헤니 도스마(Hennie Dolsma)의 리메이크보다 에타 제임스의 목소리가 주는 감흥이 훨씬 깊다. 문득 궁금한 점. 건강상의 이유였을까, 그녀는 왜 오바마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다른 곡도 아니고 <At Last>라면 마땅히 그녀가 불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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