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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20. 2023

초록빛으로 물들인 블루스

에타 제임스 1938.1.25 - 2012.1.20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취임식 무도회에서 <At Last>에 맞춰 춤을 추던 때가 벌써 2009년의 일이다. 그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는 비욘세(Beyonce)였다. 전년도에 그녀는 영화 ‘캐딜락 레코드’에서 에타 제임스로 출연했다.



  영화는 레오나르드 체스가 설립한 블루스 전문 레이블, 체스 레코드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머디 워터스가 스토리의 중심에 있고 척 베리, 하울링 울프가 등장하며 열기를 돋웠다. 마침내 비욘세가 연기하는 에타 제임스가 데뷔하는 대목에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는데, 당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초록빛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다. <At Last>는 ‘마침내 이룬 사랑의 꿈’을 환희에 찬 기분으로 노래하는 곡이다. 비욘세 버전도 나쁘진 않지만 에타 제임스에겐 행복한 감정 이상의 어떤 그늘이 느껴진다. 그걸 페이소스라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그 목소리에는 기본적으로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담겨있다. 가령 <All I Could Do was Cry> 같은 곡을 그녀가 아니면 그 누가 그토록 호소력 있게 부를 수 있을까. ‘모던 블루스의 가장 위대한 가수’라는 칭호가 결코 무색하지 않다.


  오래전 한국의 TV광고에도 나왔던 <I’d Rather Go Blind>도 그 점을 입증한다. 이 곡 역시 헤니 도스마(Hennie Dolsma)의 리메이크보다 에타 제임스의 목소리가 주는 감흥이 훨씬 깊다. 문득 궁금한 점. 건강상의 이유였을까, 그녀는 왜 오바마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다른 곡도 아니고 <At Last>라면 마땅히 그녀가 불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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