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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26. 2023

결코 내려놓지 않은 것

미셸 르그랑 1932.2.24 - 2019.1.26

  한 우물만 파기에 아까운 사람이 있다.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 )은 재즈와 영화음악 사이를 시계추처럼 반복하며 오갔다. 넘쳐나는 재능을 어디서든 두루두루 발휘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에너지를 모으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JEAN ADDA / INA / AFP

  초창기 파리 시절부터 재즈 뮤지션으로서 이미 성공을 거둔 그는 젊은 날에 뉴욕으로 날아가 마일스 데이비스가 주축이 된 빅밴드와 함께 ‘Legrand Jazz’ 앨범을 녹음한다. 이때가 1958년, 그 무렵 마일스는 길 에반스(Gil Evans)와 함께 비슷한 구성의 ‘Porgy & Bess’ 앨범을 녹음 중이었다. 당시 길 에반스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르그랑이 뉴욕의 쟁쟁한 뮤지션들과 함께 협연하는 풍경은 상상만해도 흥미롭다. 그 녹음엔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도 참여했다.


  오랜 경력에서 비중으로 보면 영화음악에서 이룬 성과가 훨씬 크지만, 그는 재즈 뮤지션의 정체성을 결코 놓은 적이 없었다. 음악적 영감을 잃지 않으려는 그만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프랑스의 영화 감독 장 뤽 고다르, 아녜스 바르다와 ‘누벨 바그’의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다. 바르다의 ‘5시에서 7시의 클레오’에서는 샹송과 재즈를 결합한 센스가 돋보인다.


  르그랑은 ‘쉘부르의 우산’의 대성공을 뒤로 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다. 할리우드라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대장정에 오른 것이다. 숨막히도록 방대한 필모그래피의 여정 속에서도 그는 이따금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그 순간은 언제나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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