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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27. 2023

광장에 모인 노래들

피트 시거 1919.5.3 - 2014.1.27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의 주인공 켄지는 어느 순간 각성하고 망가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노래 자체가 세상을 움직일 순 없어도 노래가 품은 생각들은 세상을 떠돈다. 그것들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어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만나게 할 것이다.


JOSEF SCHWARZ/CREATIVE COMMONS

  20세기 미국을 돌아보면 피트 시거(Pete Seeger)가 보인다. 그는 숨어있던 각국의 민요와 시를 재구성하여 시대상을 반영한 저항가요로 부활시켰다. 그 배경에는 ‘포크 리바이벌’이라는 운동이 있었고 여러 사회운동과 결합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 이슈가 벌어지는 현장에는 그가 서있었다. 노인이 되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2011년 뉴욕 ‘월가 점령’ 시위장에서는 그가 직접 부르는 <We Shall Overcome>이 울려 퍼졌다. 7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 때는 쿠바 민요 <Guantanamera>가, 베트남 전쟁의 한복판에선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이 미국 전역에 퍼지며 반전 가요의 대명사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를 <아리랑>을 부른 가수로 기억한다. 그는 이 곡이 20세기 초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가락이 아닌 민족의 한이 담긴 노래라는 것을 통찰하며 불렀다. 얼마나 많은 이 땅의 혁명가들이 ‘아리랑’을 불렀을 지 상상해본다. 21세기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 같진 않다. 잠자고 있던 골목의 선율이 광장의 함성으로 깨어나는 광경을 우리는 적잖이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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