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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30. 2023

실험실로 들어간 포크

존 마틴 1948.9.11 - 2009.1.29

  영국 포크 뮤지션들에게 존 마틴(John Martyn)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의 음악엔 과거와 미래가 나란히 공존했다. 포크를 근간으로 블루스, 재즈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꾸준히 지속된 전자음악에 대한 실험은 록은 물론 90년대 트립합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Image: Brian Cooke / Redferns

  1973년 앨범 ‘Solid Air’는 그의 경력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특히 타이틀 곡은 그의 동갑내기 친구 닉 드레이크를 위한 곡이며 이듬해 닉이 사망한 후 헌정되었다. 곡 전반을 흐르는 음울한 분위기가 닉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다. 둘의 우정은 닉이 데뷔하기 전부터 시작해 줄곧 이어졌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영감을 주고받으며 쌓아 올린 시간들은 닉의 죽음으로 마침표를 찍었지만, 존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으로 성장한다. 같은 앨범의 <May You Never>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은 훗날 에릭 클랩튼의 앨범에도 실린다. <I’d Rather Be the Devil>의 파격도 앨범을 전설로 만드는데 한몫 했다. 블루스 맨 스킵 제임스의 원곡을 빌어온 이 곡은 포크 록을 넘어 그 이상의 전위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존의 실험은 계속된다. 1977년에는 자메이카의 리 페리와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90년대에 오면 트립합 밴드 포티스헤드의 <Glory Box>를 리메이크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그런 치열함 속에서도 이따금 <Sweet Little Mystery> 같은 훌륭한 발라드를 낳을 만큼 서정성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오랜 친구 닉 드레이크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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