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마틴 1948.9.11 - 2009.1.29
영국 포크 뮤지션들에게 존 마틴(John Martyn)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의 음악엔 과거와 미래가 나란히 공존했다. 포크를 근간으로 블루스, 재즈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꾸준히 지속된 전자음악에 대한 실험은 록은 물론 90년대 트립합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1973년 앨범 ‘Solid Air’는 그의 경력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특히 타이틀 곡은 그의 동갑내기 친구 닉 드레이크를 위한 곡이며 이듬해 닉이 사망한 후 헌정되었다. 곡 전반을 흐르는 음울한 분위기가 닉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다. 둘의 우정은 닉이 데뷔하기 전부터 시작해 줄곧 이어졌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영감을 주고받으며 쌓아 올린 시간들은 닉의 죽음으로 마침표를 찍었지만, 존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으로 성장한다. 같은 앨범의 <May You Never>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은 훗날 에릭 클랩튼의 앨범에도 실린다. <I’d Rather Be the Devil>의 파격도 앨범을 전설로 만드는데 한몫 했다. 블루스 맨 스킵 제임스의 원곡을 빌어온 이 곡은 포크 록을 넘어 그 이상의 전위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존의 실험은 계속된다. 1977년에는 자메이카의 리 페리와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90년대에 오면 트립합 밴드 포티스헤드의 <Glory Box>를 리메이크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그런 치열함 속에서도 이따금 <Sweet Little Mystery> 같은 훌륭한 발라드를 낳을 만큼 서정성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오랜 친구 닉 드레이크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