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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an 30. 2023

번안의 기술

로드 맥퀸 1933.4.29 - 2015.1.29

  ‘낭독의 발견’이란 TV프로가 있었다. 문화 예술계 유명인사들이 나와 단출한 배경음악 속에서 시, 노래 가사를 소리 내어 읽는 프로그램이었다. 신해철도 거기 출연했다. 복고적이고 소박한 기획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신선했다. 이따금 로드 맥퀸(Rod McKuen)의 시 낭송 음반을 들으면 그때의 감상이 떠오른다.


from New York Times


  그는 시인이면서 가수였다. 구분이 애매하지만 ‘노래도 부른 시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음악으로 이룬 성취는 깊고도 넓었다. 그는 독보적인 감수성과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아메리칸 포크의 색채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90년대 중반 ‘After Midnight’ 앨범을 통해 그를 처음 들었다. 우선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음색이었다. 고전 샹송 가수에서 이따금 감지되는 ‘포스’도 느껴졌다. 그는 프랑스의 자크 브렐(Jacques Brel)과도 교류했다. 덕분에 브렐의 곡들은 영어가사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Ne Me Quitte Pas>는 <If You Go Away>로, <Le Moribond>는 <Seasons in the Sun>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대개는 원곡의 불어가사가 영어로 번안되면서 본래의 깊은 맛이 퇴색되곤 하는데 그의 경우는 반대였다.


  <Seasons in the Sun>의 본래 가사는 브렐이 암으로 죽어가며 세상에 고하는 작별인사다. 맥퀸은 원래의 직설적인 내용을 한 편의 은유적인 시로 바꿔 놨다. 이 곡은 포크 록 뮤지션 테리 잭스(Terry Jacks)가 다시 불러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아일랜드의 보이 그룹 웨스트라이프(Westlife)가 90년대 말에 불러 또 한번 히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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