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Jan 31. 2023

블루스 자기장 안에서

그랜트 그린 1935.6.6 - 1979.1.31

  그랜트 그린(Grant Green)은 생전에 과소평가된 기타리스트였다. 그에 대한 온당한 평가는 90년대 이후에나 이뤄지는데, 그것은 재즈에만 머물지 않던 연주방식에 대한 재평가였다. 그는 블루스와 펑크, 소울의 에센스를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하며 재즈 기타의 표현력을 확장했다. 특히 블루스 기타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주법은 보통의 재즈 뮤지션과 확연히 구분되었고 그 점이 오히려 당대에 인정을 덜 받은 이유로도 작용했다.



  오늘날 명반으로 평가받는 앨범 ‘Idle Moments’만 들어봐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특히 타이틀 곡의 솔로 파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명연주다. 이때가 소울 재즈의 스탠스를 취하기 전 스탠더드 시절의 마지막 전성기였다. 이후 그는 펑크, 소울로 스타일의 변화를 꾀했다. 60년대 말에는 제임스 브라운의 곡들을 연주했으며, <Ain’t It Funky Now>, <The Windjammer>, <Sookie Sookie> 같은 소울의 고전들과 함께 거침없이 질주했다. 이러한 전향적인 모습은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다. 90년대부터 힙합 뮤지션들은 그의 곡들을 샘플링하기 시작한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와 US3 같은 진보적인 뮤지션들이 그의 리프를 사용했고 켄드릭 라마는 그 유명한 그랜트의 후기작 <Maybe Tomorrow>를 인용했다.


  그랜트에 대한 재평가는 사실상 힙합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진가는 역시 스탠더드 시절 블루지한 감성을 발산할 때다. 그것은 당대의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값진 성취였다. 

작가의 이전글 시대가 원했던 목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