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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07. 2023

스틸 갓, 더 블루스

게리 무어 1952.4.4 - 2011.2.6

  오래전 게리 무어를 통해 록 기타에 입문했다. 당시 헤비메탈로 통칭되는 뮤지션들 사이에서 그의 기타는 어딘가 확실히 달랐다. 그만의 기타 톤, 비브라토 등 여러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그건 그만의 고유한 블루스적 감성이었다.



  레코드 점에서 구입한 라이선스 LP의 해설지를 마치 규화보전이라도 되는 양 읽고 또 읽었다. 음악 잡지에 소개된 특집 기사는 천하를 얻기 위한 ‘무림비서’와도 같았다. 나중에는 그가 젊은 날에 몸담았던 콜로세움(Colosseum II)과 스키드 로우(Skid Row)의 음반도 손에 얻을 수 있었다. 어느덧 그의 기타는 ‘처절함’, ‘흐느낌’, ‘구슬픔’ 등의 정서를 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지금 들으면 한편으로 청승맞고 궁상스럽기까지 하나 한창 그에게 몰입하던 시절에는 더없이 진지했다. 그의 고향 북아일랜드와 한국인의 정서를 동일시하는 평가도 한몫 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앨범을 꺼내는 일은 드물었지만 이따금 그의 음반이 보이면 왠지 모르게 지갑을 열었다. 그건 오래전 우정에 대한 작은 의리 같은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은 옛 친구를 멀찍이 지켜보는 심정으로 <The Prophet>를 이따금 가게에서 들었다. 오랜만에 들어도 여전히 발라드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그는 사망하기 일 년 전 한국을 방문했다. 밥벌이에 쫓기느라 공연은 못 갔지만 잠시나마 같은 서울 하늘아래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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