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 킬미스터 (모터헤드) 1945.12.24 – 2015.12.28
누구나 한번쯤 록 스타의 삶을 동경한다. 일상의 고루함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그들의 생활은 분명 매력적이다. 때로 방종으로 치닫거나 스스로를 파괴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록 음악계에는 유독 그런 뮤지션들이 즐비하다.
레미 킬미스터(Lemmy Kilmister)는 그 방면에서 가히 톱 클래스에 오를 만한 인물이었다. 그의 절친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말마따나 그는 인생을 한껏 즐기다 떠났다. 그는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모터헤드(Motörhead)의 보컬과 베이스를 맡으며 밴드의 프런트 맨 역할을 했던 그가 헤비메탈에 끼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비록 스스로는 조금 센 로큰롤 음악을 할 뿐이라며 능청스럽게 얘기했지만, 그는 80년대 스래시 메탈을 비롯해 현존하는 모든 메탈 장르의 토대를 마련했다. 메탈리카의 드러머 라스 울리히가 모터헤드 팬클럽 회장이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그건 단지 스타일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레미는 집요하고 뚝심 있게 자신의 음악을 밀고 나아갔다. 모터헤드로만 40년의 경력을 쌓아오는 동안 스무 장이 넘는 정규앨범을 발매했으며 사망한 그 해에도 신보를 냈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고전적인’ 록 스타의 삶을 포기하지 않은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는 모두의 우상이었다.
메탈 음악을 안 들은 지는 꽤 오래됐지만 어쩌다 <Ace of Spades>를 들을 땐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곡이 나온 지도 40년이 넘었다. 그동안 메탈은 더 빠르고, 어둡고, 웅장하고, 복잡하게 변화해왔지만 이 곡만큼 원초적 감흥을 자아내는 곡은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