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관 (봄여름가을겨울) 1962.5.16 – 2018.12.27
좋은 밴드를 결정짓는 건 결국 드럼이다. 록 밴드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왔다. 비록 무대에서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사운드를 지탱하고 솔로 주자들에게 길을 터주는 존재는 드러머다. 드럼은 밴드의 척추다. 그래서 밴드들은 늘 좋은 드러머에 목마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실력 있는 드러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가요계에선 몇몇 세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드럼 인재가 드물었기 때문에 밴드의 위용을 갖출 만한 여건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었다. 전태관은 그러한 환경 속에서 등장했다.
그가 속한 봄여름가을겨울은 김현식과 함께 출발했으나 한 장의 앨범만 남기고 흩어졌다가 2인 체제로 재편되어 활동을 이어갔다. 그들은 재즈 퓨전을 표방하고 일반가요와 재즈 록을 오가며 대중들에게 어필했다. 웬만한 연주실력과 용기가 아니고는 드러내기 힘든 포부다. 이미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한껏 포진해 있는데다 당시 국내에서는 그러한 음악으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어이 데뷔 앨범을 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앨범 전체를 들으면서 꽤 신선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비록 해외 베테랑들에 견줄 바는 아니어도 패기가 넘쳤고 앞으로도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기대감을 줬다. 이후 그들은 승승장구했고 비교적 오랫동안 밴드를 이어갔다. 물론 전태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태관은 이 땅의 드럼 키드들에게 길을 터주기도 한 인물이다. 그로 인해 한국대중음악은 단단한 코어 근육을 키우게 되었고 또 한번 도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