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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의 존재 이유

프레디 허바드 1938.4.7 – 2008.12.29

by 황세헌

블루노트는 오늘날까지 재즈 그 자체를 상징하는 레이블이다. 설립 이래로 수많은 전설을 낳았으며 그들의 사운드는 일종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무엇보다도 블루노트를 들어야하는 이유는 뮤지션들의 연주력에 있다. 블루노트에서 녹음을 한다는 것은 연주자로서 이미 성공했다는 증표나 다름없다. 프레디 허바드(Freddie Hubbard)의 트럼펫도 그중 하나다.


THE COMPLETE BLUE NOTE & IMPULSE STUDIO SESSIONS (MCD7-274)


그는 완벽한 기교에서 나오는 화려한 연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60년대 초부터 리더로서 발표한 앨범들 모두가 훌륭하지만, 기억에 남는 솔로는 사이드 맨으로 활약했을 때가 더 많았다. 특히 허비 행콕(Herbie Hancock)과 함께한 앨범들은 그의 경력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가령 행콕의 앨범 수록곡 <Cantaloupe Island>에서 그 유명한 테마에 이어지는 솔로는 가히 역사에 남을 만한 연주다. 나는 블루노트 시절의 그가 가장 그립다.


프레디는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에 대적할 만한 유일한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했다. 70년대 초 CTI 레이블에서 발매된 일련의 앨범들은 그 위용을 과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Red Clay’, ‘Straight Life’, ‘First Light’, ‘Sky Dive’ 등 이 넉 장의 앨범은 당시 마일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한 퓨전의 명작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상승무드는 여기서 멈췄다.

70년대 중반 컬럼비아로의 이적은 그에게 경제적 풍요를 제공했지만 상업주의의 안일함으로 인해 이전의 번뜩이는 센스는 사라지고 만다. 그 같은 느슨함은 80년대 이후 내내 지속되었다. 그래서 지난 시절의 위대함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럴 때마다 블루노트 시절 음반들을 꺼내 본다. 역시나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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